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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깊이 있는 탐방기 (팔각구층석탑, 전나무숲길, 불교문화유산)

by myview5043 2025. 5. 4.

오대산 월정사 깊이 있는 탐방기 (팔각구층석탑, 전나무숲길, 불교문화유산)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월정사(月精寺)는 한국 불교에서 오랜 전통과 깊은 수행의 역사를 간직한 대표 사찰입니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수도(修道) 공간으로서의 정체성과 불교 문화의 보존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팔각구층석탑, 사찰로 이어지는 전나무숲길, 그리고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순례길은 마음의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고요한 울림을 전합니다. 이번 탐방기를 통해 월정사의 역사, 문화재, 공간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전나무숲길, 월정사로 들어가는 침묵의 길

월정사 탐방의 시작은 사찰 경내보다 더 특별한 길, 바로 전나무숲길입니다. 약 1km에 걸쳐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양옆을 감싸며 걷는 이에게 자연의 경건함과 묵언 수행의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이 길은 조계사, 통도사 등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접근 공간으로, 마치 마음을 정리하며 본당으로 들어가기 전 '의식적인 전환'을 돕는 심리적·공간적 장치입니다. 숲길을 걷는 동안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주변의 풍경이 시선을 잡아당기며 내면으로의 집중을 유도합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에 불교 명상 글귀, 수행자의 말씀을 담은 표지판들이 간결하게 놓여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세요’, ‘들숨에 감사, 날숨에 놓아줍니다’ 같은 문구들은 걷는 행위 자체가 수행이 되도록 도와줍니다. 많은 이들이 이 길에서 이미 마음이 정리됐다고 말할 정도로, 전나무숲길은 단순한 ‘입구’가 아닌 사찰의 본질적인 일부로 자리합니다.

팔각구층석탑과 보살상, 고려 불교 조형예술의 극치

전나무숲길이 끝나면, 월정사의 일주문, 천왕문, 그리고 드넓은 사찰 경내가 시야에 펼쳐집니다. 이곳의 핵심은 단연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입니다. 고려 시대의 대표적 석탑 양식으로, 팔각형 구조에 아홉 층을 올린 석탑은 국내 유일무이한 형태를 자랑합니다.

이 석탑은 외형만으로도 위압감과 장엄함을 전하지만, 그 세부 조각들을 가까이서 보면 탑신 각 면의 세공이 매우 섬세하고 철학적입니다. 연꽃 문양, 팔부신중 조각, 구름무늬 장식 등은 불교적 우주관과 삼세불(과거·현재·미래불)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심 축을 따라 시선을 올리다 보면 자연과 함께 숨 쉬는 탑의 정적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석탑 뒷편에는 석조보살좌상(보물 제139호)이 앉아 있습니다. 고려 후기 조각의 대표작인 이 보살상은 부드럽고 자애로운 미소, 양감 있는 신체 비례, 간결한 선으로 표현된 옷주름이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에게 평온함을 줍니다. 본래 탑과 함께 하나의 수행 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며, 현재도 많은 참배객들이 이 불상 앞에서 염불과 기도를 드립니다.

오대산 수행 전통과 템플스테이, 명상의 산사

월정사는 단순한 불교 사찰이 아니라, 오대산 전체를 수행처로 인식하는 산중도량입니다. 사찰 뒤편으로 올라가면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포행길이 이어지며, 이 길은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전해지는 신성한 장소입니다. 적멸보궁 자체는 불상이 없이 금강탑을 모시고 있으며, 불자의 세계에서는 가장 정화된 참배처로 인식됩니다.

월정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의 모범 사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쉼과 깨어남”이라는 주제로 1박 2일부터 주말·장기 프로그램까지 운영되며, 주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새벽예불, 108배, 좌선명상
  • 연등 만들기, 염주 체험, 다도와 차담
  • 오대산 포행(걷기 명상)과 숲 명상

특히 일반인과 외국인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참가자들은 “말없이 걷고, 말없이 듣고, 마음이 비워진다”는 후기를 자주 남깁니다. 월정사의 자연 환경이 수행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입니다.

경내에는 불교문화회관, 수련관, 명상 쉼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하며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주말이면 조용한 치유 여행을 원하는 수도권 참가자들의 방문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론

월정사는 불교 신앙과 미술, 수행과 자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입니다. 전나무숲길로 시작되는 고요한 발걸음, 팔각구층석탑에서 마주하는 고려 불교의 조형미, 그리고 적멸보궁과 템플스테이로 이어지는 내면 탐색의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오대산이라는 거대한 자연 품 속에서 하나로 이어집니다.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마음의 방향을 되돌리는 산사 여행을 찾고 있다면, 월정사는 깊고 조용한 답을 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걷고, 바라보고, 묵상하는 그 순간순간이 쌓여, 삶의 결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주말, 조용한 순례를 떠나보세요. 그 길의 끝에 월정사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