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에 위치한 골굴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선무도(禪武道)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사찰입니다. 1500년 역사를 지닌 이 도량은 자연 속의 바위 절벽에 마애여래좌상을 품고 있으며,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독특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글에서는 선무도 체험, 바위 사찰의 고즈넉한 풍광, 명상과 움직임이 결합된 새로운 수행 방식을 직접 체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골굴사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바위 절벽 아래 마주한 마애불, 마음이 멈추다
골굴사로 향하는 길은 경주의 들판과 숲을 지나 이어지며, 사찰 입구에서부터 비범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상징은 절벽 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입니다. 높이 4m가 넘는 이 불상은 신라시대 유물로, 직접 마주했을 때 그 깊은 미소는 말 없이도 큰 위로를 건넸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이 마애불 참배로 시작됐습니다. 스님과 함께 절벽 아래까지 올라가며 바위를 따라 묵묵히 걷는 과정은 그것만으로도 명상처럼 느껴졌고, 바람 소리, 새소리, 그리고 고요한 절터의 울림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마애불 아래에서 진행된 참선은 전통적인 좌선이 아닌, 바위에 등을 기대고 앉아 숨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이었지만, 그 순간이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명상, 선무도 첫 체험
골굴사 템플스테이의 핵심은 단연 선무도 체험입니다. 선무도는 불교의 참선과 호흡, 무술을 결합한 전통 수행법으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사찰에서의 정적인 수행과 달리, 이곳은 몸을 통해 마음을 닦는다는 철학을 중심에 둡니다.
첫 수업은 ‘기초 선무도’로 시작되었고, 강사 스님은 참가자들의 자세를 하나하나 교정하며 아주 친절하게 이끌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작처럼 보였지만, 호흡과 함께 맞춰 움직이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련이 끝난 후, 단순한 운동 이상의 울림이 마음 안에 남아 있었고, 앉아서 하는 명상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산사의 밤, 고요한 명상과 따뜻한 차담
해가 지고 골굴사의 밤이 찾아오면, 바위 절벽 뒤로 붉게 물든 하늘과 함께 하루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저녁 명상은 간단한 스트레칭 후 호흡을 가다듬고, 조용한 음악이나 목탁 소리 없이 진행됩니다.
명상 후 이어진 차담 시간은 강의가 아닌 대화의 자리였습니다. 작은 다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나누며,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낀 감정, 평소의 고민, 삶의 방향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그날 밤은 골굴사의 명상관에서 머물렀고, 바위 절벽에 기대어 지어진 숙소는 간소하지만 따뜻했습니다. 창문 밖으로 별빛과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는 그 공간에서,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결론
골굴사의 템플스테이는 전통적인 고요함과 동적인 집중이 공존하는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바위 절벽 아래에서 참선하고, 몸을 움직이며 명상하고,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누는 그 시간들은 일상의 소란함을 내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만약 정적인 명상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고 싶은 분이라면 골굴사의 선무도 템플스테이를 꼭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한 번의 움직임이, 깊은 고요로 이어지는 시간을 선물해줄 것입니다.